달력

5

« 2024/5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2007. 10. 28. 20:34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며 삶의향기2007. 10. 28. 20:34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인간의 몸은 아름답다.

이 장치는 걸어 다니는 인간의 발바닥에 바퀴를 달아준다.

바퀴가 돋은 발바닥으로 땅바닥을 밀어서 앞으로 나아갈 때,

인간의 몸통 전체는 좌우로 흔들린다.

이때 상체의 흔들림은 땅바닥을 미는 다리의 동작을 인도하면서 수용한다.

왼쪽 다리가 땅바닥을 밀 때 상체는 오른쪽으로 쏠리고

오른쪽 다리가 힘을  쓸 때 상체는 왼쪽으로 쏠린다.

상체는 왼쪽과 오른쪽을 번갈아 쏠리면서 다리의 힘을 받아낸다.

땅을 미는 두 다리가 일을 교대할 때, 상체의 흔들림이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바뀐다.

중략....

그리고 이 사람들을 뒤에서 관찰하면, 그들의 허리, 엉덩이, 다리는

'미끄러진다'는 동작 속에서 유연하게 통합된다.

그것은 살아서 미끄러지고 살아서 땅에 저항하고,

저항하면서 기뻐하는 엉덩이이며 허리이다.


김훈 - 밥벌이의 지겨움 中.


 

인라인을 탄지도...어언~ 3년...
아직도 바퀴의 제어가 서투른 난...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서는 내리막이 힘들다..
김훈씨와 같은 관찰자의 입장일땐..
너무나 가볍고 근사해 보였던 인라이너들의 지나온 과정을 못봤던 것일까..
정체되어 있음이 서럽다...

정지하는것도, 커브를 도는것도 연습이 필요하건데...
오로지 가는 연습만 했으니...3년이란 경력이 무색할밖에...

그래도 햇살과, 혹은 노을과 함께..바람을 가르는 시간만큼은
어떤 사념없이 행복할 따름이다.

가끔은...
인라인을 타면서 건강해지고 있는 내 모습에...
몸치인 내게 누군가의 부러움을 받을 정도의 취미를 갖고 있음에..
때로 우쭐해지기도 하고.

인라이너들..동호회원들을 통해,
나 자신을 배운다..

금새 몸으로 먼저 바퀴 다루는걸 익히는 꼬마들을 보면서,
몸으로 하는 놀이가 즐거웠던 어린시절을 잃으면서 대신 내가 쌓아온 건 무엇인지...
30대를 넘어 40대임에도 건강과 활기가 잃지않는 이들을 보면서,
지금 이 고비를 어떻게 잘 넘기고 40대를 맞이해야 할 것인지....

대회나가서 상금을 타기 위해서도, 누군가에게 잘보이기 위해서도 아닌..
단지 즐기며 현재에 충실할 뿐인 인라인질처럼...
오늘 당장 내게 충실한 삶을 살아가야 할 숙제가 주어진 것이다...


:
Posted by abraxas